제목 20230806_전남일보_[전남일보]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44> 환경과 예술, 공존의 가능성
작성일자 2023-08-08


[전남일보]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예술 혹은 예술가의 눈’ 으로 우리 주위의 일상적 자연과 환경의 주제를 새로이 바라보고 창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들은 상상력의 가능성에 대한 교감이라는 공통점을 떠올리게 한다.”


장프랑수아밀레 작 이삭 줍는 사람들/캔버스에 유채/83.6x111cm/1857년.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


오랜 시간 예술가들에게 자신이 마주하는 자연은 영원한 영감과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자연 환경의 조화와 균형에서 비롯된 인간의 일상적 삶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했다.

여기 ‘자연의 영감’을 이야기 할 때,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를 빼놓을 수는 없다. 밀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농부, 민중의 삶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초기에는 전통적인 초상화와 당시 유행한 18세기의 목가적 풍경화를 그리다 1848년 농촌 생활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작품 《키질하는 사람》으로 파리 살롱 전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1849년 바르비종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어쩌면 평범하거나 수수해 보이는 농민들의 일상을 한없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숭고하게 표현하였다. 대표 작품 《씨 뿌리는 사람》은 1850년 살롱 전에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고,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주의 이념과 사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농촌의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그림을 그려 많은 논란이 있었다. 밀레의 작품 역시 사회주의자들로부터는 큰 찬사를 받았지만, 보수주의자들로부터는 불순한 정신과 혁명의 기운이 암시 되어 있다고 혹평을 받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밀레는 “만약 나를 사회주의자로 생각하더라도, 미술에 있어 인간에 대한 측면이야말로 나를 가장 자극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힘겹게 노동하는 농민들의 모습에 깊은 연민과 존귀함을 드러냈다. 이전의 그림에서 농부는 거의 예외 없이 어리석거나 나쁜 일을 일삼는 사람으로 묘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그는 신이나 역사적 인물을 표현하는데 사용된 대형 캔버스에 기념비적인 모습으로 농부를 그려 당시 화단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씨를 뿌리는 한 농부의 역동적인 자세와 노동의 고단함에서 오는 우울함이 함께 어우러져, 보잘 것 없는 한 농부에게 마치 광활한 ‘대지’와 투쟁하는 영웅의 모습을 부여하였다. 또한 생명의 원천인 ‘대지’와 인간의 관계가 화폭 안에서 흥미롭게 드러나며 종교적인 서정성마저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의 발전과 인상주의,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등 거장의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대단하였다.

이후 고전의 작품들 또한 동시대의 현대예술가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환경과 삶의 터전에서 비롯된 경험과 창작 예술작업은 여러 관계성으로 연결되어진다.


강술생 작 씨 뿌리는 사람/110x110cm/디지털 프린트/2023년. 강술생 작가 제공


강술생 작 콩밭/110x110cm/디지털 프린트/2023년. 강술생 작가 제공

제주도 강술생 작가(1970~)는 최근, 이강하미술관에서 기획한 환경 전시회 “2023 대지와 미술관” 에서 《씨 뿌리는 사람》 사진 작업을 통해 세상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 자연에 의해 저절로 생성 되는 것, 인위적이지만 자연스러워지는 것들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작가는 직접 제주도 땅의 다양한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예술로 풀어내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 한해 농사를 짓고, 다음 해에 땅에서 얻은 경작물로 작업을 구현하는데, 2021년 《씨 뿌리는 사람, 밀레와 나》 작업 구상을 시작으로 작년 2022년 《500평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2023년 6월 콩 농사를 앞두고 다시 《씨 뿌리는 사람》을 제작하여 콩을 파종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자신의 제주 텃밭을 광주 전시 공간에서 새로운 작업으로 선보인다.


박문종 작 그릇/79x55cm/종이, 먹, 채색, 흙/2023년. 이강하미술관 제공

이어 박문종 작가(담양, 1957~)는 오랜 시간 고향의 남도 땅과 그 곳에 얽힌 인간의 삶을 담아내고자 《나는 땅에서 났다》, 《모내기》, 《평전》 연작의 작업을 선보여 왔다. 담양의 붉은 흙(황토), 퇴묵이 묻는 한지에는 그 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촌의 세시풍속과 정서가 담겨 있다. 논밭의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림 속에서 자연 안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함께하며 경작하듯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만의 투박하지만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어쩌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안에서 농촌에 뿌리를 두고 ‘땅’을 매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또 다른 시공간의 개념으로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회화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결국 ‘예술 혹은 예술가의 눈’ 으로 우리 주위의 일상적 자연과 환경의 주제를 새로이 바라보고 창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들은 상상력의 가능성에 대한 교감이라는 공통점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가의 경험, 관찰, 상상, 표현, 창작과정을 독자적인 예술 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서 주변의 자연 환경과 삶을 새롭게 보는 통로가 제공되는 것이야 말로 예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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